▷인터뷰
1. 논문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사람과 동물은 생존을 위한 먹이나 유용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고 다양한 사물을 탐색한다. 동물이 유용한 자원 혹은 먹이를 확보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강력한 욕구이다. 인간은 이러한 욕구를 의해 경제활동이나 다양한 행동을 나타낸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러한 욕구를 만드는 신경 회로 및 그의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 기계공학과 이필승 교수 연구팀은 시상하부의 일부인 Medial preoptic area (MPA)가 대상을 획득 및 소유하려는 본능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MPA 신경회로를 활용해 동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한 쥐에게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고 다른 쥐는 따로 장난감을 주지 않은 뒤 cFos (신경세포 활성 마커 단백질) 활성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시상하부(hypothalamus)의 일부인 전시각중추(MPA, medial preoptic area)가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그 후 광유전학(optogenetics)을 이용해 빛으로 MPA를 자극하자 생쥐가 물체 획득을 위해 집착하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MPA신경은 수도관주위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ay)로 신호를 보내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위 신경회로를 빛으로 조절할 때 생쥐가 눈 앞의 목표를 획득하려는 강한 동기를 보이는 점을 이용하여 신경세포 활성을 통한 포유류 행동조절에 성공하였다. MIDAS (MPA-induced drive assisted steering) 라고 명명된 이 기술을 통해 생쥐가 원하는 경로대로 많은 장애물을 스스로 극복하며 이동하도록 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수집 강박, 도벽 등 뇌 질환 연구에 대한 단서를 제공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뇌-컴퓨터 접속 기술은 국방, 재난구조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 1. 전시각중추 신경회로가 소유행동을 나타내는 모식도
2. 연구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 박세근: 저년차에 실험을 하던 도중 원하는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쁜 나머지 안식년을 가신 교수님께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보냈던 것이 생각납니다. 교수님께서는 늦은 밤에도 바로 답장해 주셔서 함께 기뻐했고, 이 긍정적 경험이 대학원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정용철: 꽤나 오랜 연구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저는 박세근 박사님과 함께 진행해오던 신경과학 쪽 연구와 김대건 박사님과 함께 진행해오던 시스템 제어 공학 쪽 연구를 하나의 논문으로 합치자는 결정을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과 다같이 카페에 앉아서 논문 구성에 대해 상의를 하다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융합은 흔치 않은 일이었고, 저는 양쪽 연구에 모두 관여하고 있었던 터라 걱정과 부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신경과학에서의 획기적인 발견과 탄탄한 과학적 기반에 제어 공학의 실용성과 흥미를 더해 의미 있는 논문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 김대건: 저는 본교 기계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생명과학과의 김대수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함께 하며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 하면서 처음 행동 실험용 쥐를 접했으며, 행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 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거웠는데요. 떠오르는 특별한 에피소드로는, 처음 행동 제어에 성공했던 쥐가 수술 도중 죽게 되었을 때,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습니다. 전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자연의 신비를 풀기위해 사용하는 실험용 동물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3. 연구를 통해 얻은 지혜를 후배들에게 들려주세요.
- 박세근: 신경 과학과 시스템 제어 공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서로가 완벽히 이해해야 했기에 이를 위해 두 공동 저자들과 함께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 끊임없이 논의했습니다. 그 시간이 가장 재미있는 과정이자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정용철 박사과정과 김대건 박사가 매우 큰 기여를 했고, 논문의 모든 저자가 긴밀히 협력했기에 가능했습니다.
- 정용철: 신경과학, 특히 동물 행동학을 함께 연구할 때에는 세심한 관찰력과 창의적인 실험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희는 연구에서 밝힌 MPA-PAG를 자극했을 때 물체를 탐색하고 가지려 하는 행동이 나오는 것을 일찍이 발견했지만 이것이 가지는 생리적인 의미를 찾아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단순 공격 행동이 아닌지, 고통을 느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닌지, 교미 행동은 아닐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행동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 행동실험 과정 동안 기계적이고 고전적인 지표만을 보며 분석했다면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기존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새로운 행동실험 기법들을 개발하고 영상들을 수없이 돌려보며 관찰했던 그 일련의 실험 끝에 생존에 필요한 자원과 먹이를 획득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김대건: 각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및 도전을 하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의 숙명이자, 어려운 부분일 것입니다. 저희가 처음 이 연구를 시작 했을 때만 해도, 기계 제어 시스템을 생명과학에 접목하여 살아있는 쥐의 행동을 직접 제어하는 것은,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안정된 길이나 주류 연구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전혀 다른 방향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연구자들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시도들이 모여 다음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4. 나는 왜 생명과학자가 되었는가?
- 박세근: 고등학교 때 아마존과 관련된 재미있는 강연을 듣고 생물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박사과정 입학했을 때, 동물행동학 수업을 무척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수업을 듣고, 학습과 기억 등 고등인지과정보다 동물의 본질적이고 원시적인 행동을 뇌가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연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 정용철: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어떤 물건이나 사건, 개념 등을 상상해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생각, 창의적인 발상이 어떻게 뇌에서 만들어지는가를 알고 싶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배우지 못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제 연구들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뇌의 역할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대건: 저는 본교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는 김대수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중입니다. 박사과정 중 본 연구를 통해 살아있는 쥐의 다양한 행동들을 관찰하며, 뇌의 메커니즘으로 인해 일어나는 행동들이 기계 시스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기계시스템을 적용하여, 살아있는 동물 및 인간의 행동과 연관된 뇌 속 뉴런들의 인과과정 및 구조들을 분석하는 데에 힘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