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궁금증이 많아 일상생활에서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질문들은 간단히 해결되었지만, 어떤 질문들은 간단히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수학, 물리에 비해 생명과학은 20세기, 길게 보자면 19세기부터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어 비교적 역사가 짧습니다. 따라서 수학, 물리, 화학에
관련된 웬만한 궁금증들은 이미 밝혀져 있는 지식들로 해결이 가능하였지만 생명과학에 관련된 궁금증들은 답이 정해지지 않아 물음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알려지지 않은 물음표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관에서 혼자 사시는 거동이 어려우신 할머니들을 위한 목욕봉사를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잘 못 걸으시고 다리 관절 수술을 하셨고 할머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다들 치료 값, 약값이 비싸다는 고충을 털어놓으셨습니다. 할머님들을 보며 빈부의
차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기초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를
규명하고 그에 맞는 해결법을 공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생명과학의 기초연구 발전과 함께 생명과학의 공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분석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자라는 큰 꿈을 가지고 생명과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에서 4년동안 지내면서 가장 큰 비중을 두었던
두가지, 전공 공부와 개별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전공 공부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너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인상깊었던 전공 선택과목에 대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전공 필수 수업들이 대체로 내용이 너무 많고 교과서 적이라면, 전공선택
수업들은 전공 필수 수업들에 비해 더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수업들이 다 유익하고 재미있었지만 그 중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수업은 동물행동학과 대사생물학 입니다.
동물행동학은 조별 프로젝트와 Field Trip 이 있었습니다. 특정한 생명체를 선택하여 관찰하여 특정한 행동을 포착하고 그 행동에 대한 Hypothesis와
Prediction을 세워 그에 맞는 실험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조별 프로젝트입니다. 생명과학과에 왔지만 생명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책상에서
벗어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생명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Field Trip은 교수님과 철새를 보러 탐방을 가는 나들이 입니다. 처음에는
철새를 보러 간다는 말을 듣고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정말 엄청나게 많은 종류와 수의 철새들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고 놀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아직도 인상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저희들을
이끌고 철새를 보러 가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물론 공부 할 게 없는 수업은 전혀 아니지만
중간에 있는 조별 프로젝트와 Field Trip으로 책상 공부에 지친 저에게 정말 고마운 수업이었습니다.
대사생물학은 Small molecule 들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이었는데 4학년때 들으면서 지금까지 배웠던 지식들을 정리하기에 좋은 과목이었습니다. 1000Da 이하의 mass 를 가진 metabolites, metal, ions 를 Small molecule 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cell signaling regulation을 분자생물학, 생화학, 신경생물학, 암과
에피제네틱스 등 지금까지 배웠던 몇가지 topic 안에서 배웁니다. 최근
몇 년 안에 출판된 논문들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현재 어떤 연구와 Method가 진행이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다른 수업들은 대부분 논문 review를
친구들이 발표하는데, 이 수업은 교수님이 모든 논문 review를
직접 하시는 수업이어서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생명과학과에서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기초적인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교과목에서 배운 지식이 어떻게 연구로 연결되고 연구결과들이 생명체에 적용되는지 알기 위해 2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개별 연구를 통해 연구활동 및 연구실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먼저 요즘 연구되는 기능성 의약품은 무엇이며 어떠한 원리를 이용하여 개발되고 있는지 공부하고 싶어 KAIST 전상용교수님의 Bio-nano medicine lab에서
신체 내부의 항산화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나노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도왔습니다. Hemoglobin에
존재하는 Heme의 최종 대사체인 Bilirubin은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 Bilirubin과 PEG를 Conjugate 하여 Bilirubin 나노 입자를 만드는 연구였습니다. 기존의 인공 소재 약품보다 생체적합성과 생분해성이 높아 적용가능성이 높은 나노의약품의 개발과정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KAIST 조병관교수님의
System and synthetic biology lab에서 연구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연구실에서 Minimal genome 의 개념과 함께
CRISPER-Cas9 시스템을 이용해 필요 없는 대사 경로들을 제거하여 필수적인 유전자만 갖고 있는, 효율적으로 원하는 산물을 잘 생산하는 최소유전체를 만드는 연구를 도왔습니다.
이와 같은 Minimal genome이 완성된다면 부가 산물이 최소화된, 우리의 목적에 알맞는, 최고의 효율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기능성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약품의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KAIST 이균민교수님의
Animal cell engineering lab에서 치료용 단백질 생산주 세포 CHO-S의
생산성을 연구하였습니다. 내용이 민감하여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Gene을 Knockout 하여 생산성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실 경험과 전공 공부를 통해 생명과학과를 몸과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글은 쉽게 적었지만, 전공 공부할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좋은 기억만 남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후배님들도 지금은 힘드시겠지만 주변 친구들과 함께 좀 더 힘을 내시면 나중에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가득 찰 것으로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krksh95@kaist.ac.kr 로 메일 주시면 열심히 답장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