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r: 류자영 학생기자]
Q: 안녕하세요, 생명과학과에 ‘그림’으로 유명한 분이 계시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림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어요 :)
A: 네, 반가워요! 그림으로 유명하다는 수식어는 너무 과한 것 같지만, 어쨌든 잘 부탁드립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네, 저는 지금 생명과학과에
재학 중인 15학번 신종한입니다. 전산과 부전공을 고민 중에
있고요. 지금은 순수미술 동아리 그리미주아, 생명과학과 학부
학술회 KUAABS, 그리고 생명과학과 학생회에 속해 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은 전부터 취미로 해 왔고, 아마 대학원을 가서도 계속할 것 같아요.
Q: 전공을 생명과학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화학 분야를 전공할 생각이었어요. 화학 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1학년 때 ‘기초 R&E’ 라는
연구 프로그램을 하면서 생물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했던 R&E는 ‘소프넛’이라는 열매의 껍질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가 얼마나 좋은 세탁 효율을 보이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어요. 연구 내용 중에 추출한 성분이 항균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있었어요.
페이퍼 디스크라는 실험으로, 종이에 추출한 성분을 흡수시킨 후 대장균 배지 위에 올려서
콜로니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는 실험입니다. 그런데 이 실험이 너무 재미 있는 거에요. 매일 가서 확인했을 정도였죠. 이때부터 내가 생명과학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외울 내용이 많았던 생명과학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더 깊이 공부하게 되면서 생명과학은 암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외운 내용을 바탕으로
생명 현상의 원리를 배우는 것이 동화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재미있었어요. 심지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명과학을 재미있어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른 분야를 선택한 것은 재미가 아닌 어떤
더 높은 목적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저는 흥미만으로 진로를 선택해도 되는 걸까 고민했어요. 진로 상담을 해 주신 선생님께서
그 흥미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말씀을 해 주셨고, 그분께 영향을 받아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Q: 생명과학의 여러 분야 중 특히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A: 입학 후에 과에서 배우는 과목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2학년까지는 기초 과목만 배우는데,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이 둘 다 저에게는 재미가 없었고 따라가기도 벅찼어요. 그러다 3학년 1학기에 신경생물학을 들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 수업을 통해 신경생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올해 여름에 정원석교수님 연구실에서 개별연구를 하기도 했어요.
Q: 개별연구는 어땠나요?
A: 정원석교수님께서는 학부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 주세요. 연구실에서는 성상세포가 시냅스 제거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경교세포의 역할을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는데, 저는 개별연구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직접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졸업 후에는 진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대학원을 갈 계획입니다. 분야는
신경생물학 쪽으로 선택할 것 같아요. 학부를 졸업할 때쯤이면 모든걸 통달하고 대학원에 가면 새로운 지평을
열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직 모르는 게 정말 많네요.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Q: 그림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A: 리더십 3 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번 학기에는 <아크릴과 친해지기>, 이번 학기에는 <드로잉과 아크릴 기초>라는 강좌를 열어 지도를 했어요. 그리미주아 활동도 계속 하고
있고, 크지는 않지만 지인 분과 합동으로 전시회를 한 번 열기도 했어요.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해서, 전시회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보러
가요. 대전에서는 많이 열리지 않아서, 서울을 방문하면 한
번에 여러 전시회를 보고 오기도 해요.
Q: 혹시 생명과학과 활동을 하거나,
생명 분야를 좋아하는 취향이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점이 있나요?
A: 아마 전공과 그림이라는 취미는 큰 관련은 없을 것 같아요. 굉장히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다만 아까 말씀드렸던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해 주셨던 말이 생각나네요. 생명 하는 사람들이 예술적 감각이 좋고, 그런 감각이 생명과학을 공부하는 데에 강점이 될 거라고 해 주셨어요. 아직까지는
무엇을 말씀하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질문을 받자 마자 그 말이 생각나네요. 제가 그 말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Q: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유치원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 때 성격이 참 소심해서 그림을 학종이 뒷면에 작게 그렸어요. 엄마가
그걸 보시더니 울화가 터지셨는지 전지를 펼쳐놓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큼직한
그림을 기대하셨지만, 저는 학종이에 그리듯이 전지 구석에서부터 그렸다고 해요. 그렇게 어렸을 때 했던 미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네요.
Q: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취미생활에는 정말 다양한 활동이 있잖아요? 저는 그 중에서도 일단 창작활동을 좋아해요. 원하는 이미지나 주제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창작활동 중에 다른 것들을 잘 하지 못하니까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네요. 예전부터 작곡이나 글쓰기 같은 다른 창작도 시도해 보았지만 재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재능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그림이라는 취미는 창작 외적으로도 실생활에
소소하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편지지가
없을 때 편지지를 그려서 할 수 있죠. 선물 포장을 할 때, 여러가지
디자인을 할 때 등 다른 여러가지 일을 할 때 도움이 되는 점이 좋아요
Q: 앞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일단 가능하다면 졸업하기 전에 한 번 더 개인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학교 입학 후 그렸던 그림들을 시간 순으로 보면 변화가 느껴져요. 옛날
그림들은 원래 있었던 이미지를 변형시킨 것이 많았어요. 색깔을 바꾸거나 서로 다른 이미지를 섞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죠. 그러다 문득 이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제가 떠올린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그 이미지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 그림을 보면 이미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중간에 타협한 흔적이 보여요.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습작이 필요한데, 그런 연습이 없으니
아직은 제 그림은 습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제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Q: 그림을 그릴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A: SNS나 전시회에서 다른 사람들 그림을 보고 나면 그려보고 싶은
것들이 머릿속에 남아요. 전시회에 가서도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따로 스크랩해 두기도 해요.
그런 느낌들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로 주제를 먼저 잡고, 그 다음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정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궁동> 은 제가 일상적으로 지내고 있는 공간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을 정했어요. <우린 널 사랑한단다>를 그릴 때는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지 구상했어요.
신종한, <우린 너를 사랑한단다> 2017 캔버스에 유화, 50cm*50cm
Q: 신종한씨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팔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종종 ‘그림을 사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어요. 처음 들었을 때는 굉장히 감격했어요. 이번 그리미주아 가을 전시회를 보고도 그림을 사겠다는 분들이 계셨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림을 팔 만큼 제 그림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그림을 팔았는데 사실은 제 그림이 별 게
아니었다는 것이 알려질까 불안해요. 언젠가 제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들게 되면 그림을 팔 수 있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입학했을 때 동아리 선배가 그림 강연을 하는 것이 그렇게 멋져
보였어요. 3학년 때는 나도 저 형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정도는 달성한 것 같아요. 리더십 3 강사도
하고 있으니까요.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죠. 깊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 낸 작품을 그려내고 싶어요. 그래서 제 그림에 당당해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