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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본 미래 Seeing into the Future

2018.03.20 23:17

최백규(16학번)

조회 수 18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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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최백규
한줄요약 수학이론을 통해서 생명현상의 구조나 변화과정들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1. 왜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수학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카이스트에 와서는 수리과학과를 주 전공으로 삼아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다른 과를 찾아보았고, 고심한 끝에 생명과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갈 데 없어서 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주로 했던 공부인 수학과는 많이 다르다 보니 다른 학우 분들이 수업시간에 좋은 질문들을 던질 때도 저는 아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게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차츰 전공을 듣다보니 몇가지 신기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생명체의 생체 활동의 정교한 조절이었습니다. 세포만 해도 그 내부에서의 DNA의 복제 및 전사, 번역을 통한 단백질 생산 및 여러가지 독특한 가공시스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세포의 신호전달체계, 그리고 이들을 조절하는 조절 기작등 다양한 생명활동 프로세스들이 세포 내에 집약되어 서로 맞물려 정밀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딱 C, H, O, N 4 종류의 원자들과 몇 가지의 이온만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복잡하면서도 가장 정교한 기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큰 틀에서는 동일한 원리를 따르지만 세부적으로는 각자만의 독특한 시스템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만 봐도 둘다 동일한 central dogma를 따르지만 속 내부를 보면 원핵생물은 핵이 없으니 전사과정에서 바로 번역이 일어납니다. 반면 진핵생물은 핵이 있어 전사과정중에서 splicing과 같은 가공과정이 발생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 원리에서도 발생되는 다양성들은 어느정도 경직된 면을 보이는 수학에 비해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요약하자면 수학처럼 다양하고 정교한 체계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수학에서는 볼 수 없는 한 체계에서도 다양한 예외나 변수들이 같이 공존한다는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의 매력을 갖고 있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2. 기억에 남는 생명현상을 한가지만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생명현상으로는 CRISPR/Cas13 system을 통한 RNA knock-down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RISPR/Cas system은 각각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와 CRISPR associated proteins의 약자로 bacteria 내에 존재하는 일종의 면역 시스템으로써 CRISPR에서 전사된 crRNA로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의 DNA 혹은 RNA나 기타 유전물질들과 상보적으로 결합하여 인식한 뒤 Cas protein으로 절단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원하는 부분의 DNA strand를 자를 때 사용되는 Cas9이 이 system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Cas13은 Cas9과는 다르게 single strand RNA를 자르는 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소개하자면 Cas13은 2개의 HEPN(higher Eukaryotes and Prokaryotes Nucleotide binding) domain을 가지고 있는데 이 domain을 갖는 protein들은 일반적으로 RNase활성을 가지기 때문에 target RNA를 인식했을 경우 자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하는게 Cas13은 target RNA와 결합하면 갑자기 활성이 굉장히 높아져 non-specific하게 RNA strand들을 자르고 다닙니다. 즉, 만약 Cas13으로 RNA를 knock down시킨다 했을 때 어떤 RNA가 제거되어서 나타난 실험결과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앞서 나왔던 HEPN domain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arginine을 alanine으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Cas13의 자르는 활성을 없앤 경우 억제하려고 했던 target RNA에는 잘 붙으면서도 그 RNA를 자르지 않고 knock-down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실제 실험에서 non-coding RNA와 같이 소량으로 생산되면서도 regulation이나 protein들의 targeting에 쓰이는 특정 RNA들만을 Knock-down하는게 가능해집니다.




3. 언급한 생명현상에 대해 가지고 계신 가설을 말해 주세요.


아직은 가설을 세울만한 능력이 없어서 몇 가지 궁금증만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제일 궁금한 것은 Cas13 protein에 붙어있는 crRNA와 target RNA가 결합했을 때 그 과정에서 형태 변화(conformation change)가 발생해서 RNA를 절단하는 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입니다. 물론 논문에서 제시한 모델에서는 일종의 발판 역할로 자르는 활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target RNA에 확산보다 접근하기 더 쉽도록 하여 절단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binding된 경우에만 non-specific하게 자르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봐서는(target RNA가 없을 경우는 그런 활성을 띄지 않습니다.) 아마 그런 영향도 있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앞서 RNase활성을 보이는 HEPN domain을 DNase를 띄는 다른 domain들로 바꾸었을 때 target RNA가 있으면 DNA를 절단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sequencing하지 않아도 세포 내에서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의 용원성 DNA가 전사되기 시작할 때 이를 인식하여 바로 바이러스 DNA를 절단해내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면 단백질 분해효소의 domain을 달아 특정 RNA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행위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 아직은 2개밖에 못 떠올렸는데 아마도 던져 볼 만한 질문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4. 가지고 계신 가설을 어떤 실험적인 방법들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일단 가능할지는 모르겠는데 첫 번째 질문은 우선 target RNA가 없을 때의 crRNA-Cas13을 non-specific한 RNA 집단에 넣고 충분한 시간을 주었을 때 분해되는 정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런 단순 확산을 고려했을 때의 Cas13의 RNA절단 반응속도가 target RNA가 있을 때와 유사하게 나온다면 그런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후 crRNA만 붙어있을 때의 단백질 결정 사진과 crRNA와 target RNA가 binding 했을 때 효소를 이용해서 연결하던가 아니면 두 RNA를 모두 갖는 hair pin구조의 synthetic RNA를 디자인하여 Cas13에 결합시킨 뒤의 단백질 결정 사진 간의 차이를 관찰해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HEPN domian을 암호화하고있는 sequence를 제거하고 다른 domain의 sequence를 넣은 뒤 발현시켜서 확인해 보면 될 거라 생각됩니다. Sequence를 제거하는 것은 위에서도 나왔던 우리의 Cas9을 통해 가능할 것이고 넣는 건 ligase를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발현은 생화학실험때 했던 T4 DNA ligase 합성실험때의 protein induction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실험기법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5. 개별/졸업연구에서 진행한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또는 배웠던 내용중 가장 기억에 남는 흥미있는 내용을 말해 주세요.
2학년 여름학기 때 이승희교수님 실험실에서 처음 개별연구를 했었는데 그 때는 제 사수님의 주요 실험이었던 청각의 neural circuit의 구성 영역을 찾는 실험을 배웠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DREADDs라고 불리는 실험 기법을 활용했는데 DREADDs란 designer receptor exclusively activated by designer drug의 약자로 생체 내에서는 inert한 drug에만 반응하는 특정 receptor를 특정 부위에 발현시킨 뒤 위의 drug를 그 특정 부위에 처리함으로써 receptor의 signaling, 예를 들면 channel을 연다든지등의 변화를 일으켜 그 부위의 활동을 activation 혹은 inhibition하여 결과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생명체의 행동변화를 관찰하여 그 부위가 어떤 활동에 관여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쥐의 뇌에서 청각 신호 정보처리에 관여한다고 생각되는 영역에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특정 수용체를 발현시킨 뒤 drug를 처리하여 그 부위를 억제한 후 소리 자극을 들려주었을 때 쥐의 행동변화가 있었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여기서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쥐를 T자형 maze에 넣고 크게 4단계를 거치는데 각각 Reward Habituation-Training-Test(drug)-Test(water) 입니다. Reward habituation은 물을 굶긴 쥐에게 소리 자극이 발생하면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쥐가 소리에 강하게 반응하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안 거치면 쥐가 training때 소리 자극을 배우는게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후 training에서는 특정 주파수대의 소리에 따라 물이 나오는 관을 달리하여 쥐가 소리를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이후 drug를 쳐서 그 부위를 억제한 뒤의 쥐의 행동패턴을 얻습니다. Drug를 치는 행위자체가 쥐들에게는 스트레스이므로 회복기를 거친 후 그 행위 자체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물로 다시 처리하여 행동을 관찰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drug가 생체 내에서 receptor와 결합해 소리에 관여하는 영역을 억제했을 때 소리의 구별능력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후 원하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다면 쥐를 perfusion, 즉 쥐의 뇌세포에서 피를 제거한 뒤 고정하고 이를 얇게 썰어 형광현미경등으로 실제로 바이러스가 관찰 영역에 잘 감염되어 receptor를 발현시켰는지를 확인하여 소리의 구별능력의 변화가 실제로 우리가 추측했던 영역의 활성변화 때문임을 최종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6. 학과/실험실 생활 또는 연구/공부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2학년 겨울학기에 이대엽교수님 실험실에서 개별연구를 했을 때 CRISPR/Cas13 system을 budding yeast내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cas13 gene을 담은 plasmid를 E.coli DH5α를 통해서 불리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Plasmid를 모으기 위해 mini prep을 하던 중 당시 사용하던 Washing buffer가 다 떨어져 새 걸 꺼내려 했는데 꽉 차있는 buffer통이랑 5분의 1정도 차 있는 buffer통 2개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얼마 안 찬 통이 쓰다 만 buffer라는 너무나도 합리적으로 보였던 추측을 하여 사수님이 하셨던 ethanol이 들어갔는지 꼭 확인하라는 경고를 까먹은 채 덜 들은 통의 Washing buffer로 세상 진지하게 prep을 하였습니다. 그 날은 왠지 일도 잘 풀리는 것 같은게 buffer에서 이상한 휘발성 냄새도 잘 나지 않은 것 같았고 buffer도 pipette tip끝에서 잘 안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실험을 끝낸 뒤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대하며 gel을 내렸지만 아무 band도 뜨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digestion시간을 늘려 다시 진행하여 gel을 내렸지만 역시 아무 band도 뜨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주위에서 cas13 gene의 sequence가 좀 특이해서 실험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열심히 cas13 gene 탓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기신 사수님은 plasmid의 농도를 재 보셨고, 결과는 ‘0’ 이었습니다. 사수님은 저에게 어떤 통의 buffer를 썼는지를 물어보셨고 저는 당당하게 별로 안 찼던 통의 buffer를 사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사수님은 저에게 그 통에는 ethanol이 들어가있지 않아 소중한 Cas13 plasmid가 buffer와 같이 다 씻겨내려 폐기물 통으로 직행했다는 가혹한 진실을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저는 그게 너무 믿기지 않은 나머지 밤 9시에 실험실로 다시 직행하여 buffer통 뚜껑을 확인했지만, 다시 한번 ethanol이 들어가있지 않다는 참혹한 사실만을 확인했습니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cas13은 colony가 잘 안 뜨는 편이라 조교님이 배지의 모든 colony(총 3개)를 따서 seeding하셨었기 때문에 결국 transformation부터 다시 했어야 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글로 쓸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너무 당황해서 당장 실험실가서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사수님께는 제 삽질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우리 모두 buffer나 시약 사용하기 전에 꼭 labeling 확인해서 스트레스 받지맙시당! :)  


                

7.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생명과학외에도 수학에 꽤나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가 수학분야에서 세워진 이론을 사용해서 생명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통계학이나 프로그래밍을 통한 데이터처리등의 방식으로 생명과학분야에서도 수학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도구로써 사용하는 것이 아닌 수학적 이론이 주 바탕이 되어 생명현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변화해 왔으며 왜 그러한 양상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수학과 생명과학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중에서도 편미분방정식을 활용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생체리듬 주기를 예측했다는 결과도 있는 등 분명 서로 적용해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제가 지식도 많이 부족하고 아이디어도 없어서 말들이 굉장히 추상적입니다만 그래도 생명과학과 수학을 폭넓게 공부하다보면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잡설이 많이 섞인 긴 글이었는데 읽으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고 이제 그만 마무리 짓겠습니다. 생명과학분야 위인들 명언은 왠지 다들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조금 식상할 수도 있으니 생명과학분야에서도 통용될 만한 수학분야에서의 명언 하나로 마무리를 할까합니다. 다음은 독일의 수학자 힐베르트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한 연설의 마지막부분으로 ‘우리의 이성으로는 아무리 발전한다한들 결코 자연을 전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주의자들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구절입니다. 우리 과처럼 자연을 탐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Science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분명 의미가 있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Wir müssen wissen , wir werden wissen’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결국 알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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