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지식
동물들은 미각 이외에도 체내에 영양분을 인지할 수 있는 신경세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양분 인지 신경세포들은 대략 60 년 전에 전기생리학자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발견 되었음에도 이들 신경세포들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연구는 거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2015년 본 연구팀은 초파리 뇌에서 DH44 펩타이드를 분비하는 여섯 개의 신경세포들이 체내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양분이 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이를 인지하고 해당 음식을 더 먹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최초로 발견된 체내 영양분 인지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이었습니다.
이후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를 이외의 새로운 영양분 인지 신경세포를 발굴하고 이들의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찾는 과정을 계속 수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초파리 뇌의 여러 부위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Vienna-Tile (VT)-Gal4 라인들을 이용해 각 뇌 조직의 기능을 일정기간 억제시킨 후에 미각의 도움 없이 영양분이 있는 음식을 찾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스크리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두 개의 독립적인 후보 라인들에서 발견된 동일한 한 쌍의 신경세포가 영양분 인지에 중요한 기능을 함을 발견했습니다.
질문
연구팀은 스크리닝을 통해 발견된 한 쌍의 신경세포가 어떠한 방식으로 포도당을 인지할 수 있는지, 또한 포도당을 인지 한 후에 어떠한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발견
우선 후보 신경세포가 실제로 포도당에 의해 활성화 되는지를 칼슘 이미징을 통해 확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Glut1 transporter 와 KATP channel, Voltage-gated calcium channel 이 필수적인 기능을 함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후보 신경세포의 axon은 두 갈래로 나뉘어져 뇌의 위쪽 중간에 위치한 인슐린 생성 세포와 초파리 목 부분에 위치한 글루카곤 생성 세포에 신호를 전달 하고 있었습니다. 후보 신경세포를 활성화 시켰을 때 인슐린 생성 세포 역시 활성화 되었으며 이를 통해 인슐린이 체내에 분비됨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글루카곤 생성 세포는 후보 신경세포의 활성화에 의해 그 기능이 억제되고 이에 따라 글루카곤 분비 역시 억제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뇌에 위치한 신경세포가 인슐린 및 글루카곤의 분비를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것을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하여 인간의 혈당 조절 과정에서 뇌 및 중앙 신경계 역시 중요한 조절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분 감지 센서가 체내 포도당 농도를 파악하고 인슐린 및 글루카곤 분비를 조절하여 혈당 조절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후속
현재는 한 쌍의 신경 세포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중입니다. 또한 high-sugar diet 또는 high-fat diet 의 섭식환경에서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연구중입니다. 실제로 high-sugar diet 를 먹게 한 초파리의 겨우 20일 정도 노화가 진행되었을 때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포도당 감지능력이 급격히 저하됨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후속 연구를 통해 특정 영양소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포도당 조절 기능저하를 어떤 방식으로 불러일으키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감
본 연구는 제가 서성배 교수님께서 NYU 에서 재직하시던 때에 시작된 프로젝트로 제가 NYU 에 박사후 연구과정으로 참여하면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된 연구과제였습니다. 저는 카이스트에서 초파리의 수면 조절 신경망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 후 연구원을 시작하면서 초파리의 영양분 인지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을 밝히고 당뇨병과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쪽으로 연구 주제를 바꾸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초파리의 섭식행동과 이에대한 신경생물학적 조절에 관한 것들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으며 독립적인 연구자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 기쁩니다. 아울러 논문 준비과정에 도움주신 교수님들과 동료들, 특히 서성배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