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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유전자 온-오프 스위치 비밀 밝히는 정인경 카이스트 교수

 

정인경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논문을 세 개 쓰고 2016년 카이스트로 왔다. 네이처는 최상위 과학학술지 중 하나.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학(UCSD)의 루드윅 암연구소(Ludwig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2012년부터 4년간 일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31일에 만난 정 교수는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 연구자다. 어머니 자궁에서 만들어진 생명의 세포 하나는 이후 다양한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한다. 이때의 유전자 발현을 후천적으로 조절하는 기전(mechanism)을 연구하는 게 후성유전학이다. 정 교수는 “유전자 자체를 바꾸지는 않으나, 유전자 스위치를 켜거나 켜지 않는 방식으로 후성유전은 유전자가 하는 일에 변화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후성유전학이 발생과정의 세포분화뿐 아니라, 질환과 같은 다양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간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
   
   “인간 세포 아틀라스(Human Cell Atlas·HCA)라는 프로젝트가 2016년에 시작됐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후원자 중 한 명이다. 사람 몸에 있는 세포가 몇 종류이고 몇 개인지를 아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어머니 몸 안에서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다른 세포들로 분화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어떻게 달라졌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인간 세포 아틀라스’는 세포 종류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각 세포의 기능을 결정하는 기전을 연구하게 된다. 어떤 때 어떤 유전자를 켤 것인지, 아니면 침묵을 지킬 것인지를 조절하는 온-오프 스위치가 후성유전 스위치다. 이걸 정확히 알아내는 게 후성유전학자가 하는 일이다.”
   
   정 교수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학생(02학번)일 때는 후성유전학 얘기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후성유전학 지식은 광속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는 후성유전학에서도 유전체의 3차원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세포 종류에 따라,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에 따라 핵 내 3차원 유전체 배열 지도가 다를 수 있다. 왜 3차원 구조가 다른가 하는 건 중요한 과학적인 질문이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DNA 내 특정 유전자를 복사해야 한다. 복사 작업, 즉 전사(transcription)를 조절하는 장치가 몇 개 있다. 그중에 ‘촉진유전자(promoter)’와 증폭자(enhancer)가 있다. 특정 유전자의 활성화를 조절하려면 이들 촉진유전자와 증폭자는 해당 유전자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증폭자의 경우 염기서열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경우가 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다. 알고 보니 증폭자와 특정 유전자는 3차원 공간적으로 아주 가까이 있었다. 염색체의 3차원 구조를 보게 되면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 교수가 염색체(Chromosome) 또는 유전체(Genome)의 3차원 구조를 보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유전체 3차원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
   

 그가 ‘유전체 브라우저(Genome Browser)’라는 걸 보여준다. 웹 브라우저를 열고 주소창에 ‘UCSC Genome Browser’라는 글자를 입력하니, 미국 샌타크루즈 소재 캘리포니아대학(UCSC)이 구축한 인간 유전체 지도가 화면에 떴다. ‘GRCh38/hg38’이라고, 2013년 12월 버전이다. 그가 화면에 ‘SHH’라는 유전자 이름을 입력했다. SHH(Sonic HedgeHog) 유전자가 이상 발현하면, 육손이라고 하는 다지증을 일으킨다. SHH 유전자는 사람의 7번 염색체에 있다. SHH 유전자는, 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증폭자’가 1차원으로 보면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다른 유전자(Lmbr1)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3차원 구조를 보면 SHH 유전자와 증폭자는 가까이 있다.
   
   염색체 3차원 구조 분야의 첫 번째 논문은 2009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나왔다. 논문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의과대학(UMASS)의 욥 데커(Job Dekker) 교수. 욥 데커의 당시 논문 제목은 ‘원거리 염색질 상호작용의 통합적인 규명’이다. 욥 데커가 염색체 구조를 보는 기술을 알아냈고, 이 논문은 3차원 구조 연구 분야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인경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할 때 김동섭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후성유전학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석사 2년 차이던 어느 날 실험실 미팅이었다. 김동섭 교수의 실험실 이름은 ‘단백질 생물(bio)정보학 실험실’. 실험실 소속 학생을 모아놓고 하는 ‘랩 미팅’에서 김 교수는 후성유전학을 소개했다. 정인경 학생은 이때 후성유전학에 끌려 연구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박사 논문은 DNA 염기서열이 감긴 단백질 실패를 이루는 히스톤에서 일어나는 변형을 갖고 했다. 히스톤 변형은 후성유전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박사학위는 2011년 2월에 카이스트에서 받았다.
   
   
   ‘조절인자’ 찾아낸 빙 렌에게 배우다
   
   그는 염색질 3차원 구조를 공부하기 위해 2012년 여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루드윅 암연구소로 갔다. 4년2개월의 박사후연구원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이곳에서 네이처에 3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당시 빙 렌(Bing Ren) 교수는 후성유전학 분야의 선두주자였다. 정 교수는 “빙 렌 교수님은 엄청 유명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욥 데커가 염색체 3차원 구조를 알아내는 기술을 찾아냈다면, 빙 렌은 유전자 스위치를 켜는 데 작용하는 ‘조절인자’를 찾는 기술(ChIP-chip)을 개발했다. 빙 렌 교수가 조절인자를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걸 다른 말로 하면, 특정 히스톤 단백질 변형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정 히스톤 단백질 변형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를 알아내면, DNA 염기서열 전체적으로 어디어디에 유전자 스위치 조절인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 이중나선실을 감아주는 실패라고 했다. 히스톤 실패는 히스톤 단백질 8개로 되어 있다. 히스톤 단백질 각각은 꼬리 하나를 갖고 있다. 꼬리는 아미노산들이 이어진 사슬 구조이고, 구조는 가변적이다. 꼬리에 있는 특정 아미노산에 다양한 화학적 변형이 일어난다. ‘메틸기(-CH₃)’나 ‘아세틸기(-COCH)’가 와서 붙는다.
   
   히스톤 변형은 정 교수가 카이스트 박사과정 때 연구한 주제다. 히스톤 변형은 종류가 많아 100가지도 넘는다. 빙 렌 교수는 그중에서도 히스톤 변형 두 가지가, 유전자 조절인자인 ‘프로모터’와 ‘증폭자’를 찾아내는 표지(marker)라는 걸 알아냈다.
   
   두 가지 변형은 모두 H3 히스톤 단백질의 꼬리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 변형(H3K4me3)은 꼬리를 이루는 세 번째 아미노산이 라이신인데, 라이신에 메틸(methy)기가 달라붙는 경우다. 두 번째 변형(H3K27ac)은 H3 히스톤 단백질에 달린 꼬리의 27번째 아미노산 자리가 라이신이고, 그 라이신에 아세틸기가 결합해 있다. 정 교수는 “H3K4me3는 유전자의 ‘촉진유전자(promoter) 활성화’ 상태를 알아내는 표식이고, H3K27ac는 ‘증폭자(enhancer) 활성화’ 표식이라는 걸 빙 렌 교수가 알아냈다”라고 설명했다. 이 두 가지는 정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후성유전학 연구를 위해 주로 살펴보는 히스톤 변형이기도 하다.
   
   정인경 교수는 샌디에이고에서 일하면서 염색체 3차원 구조가 세포 기능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다. 세포들은 체내 위치에 따라 필요한 유전자가 다르고, 이에 따라 염색체의 3차원 구조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 주제로 그는 네이처에 논문 세 편을 보고할 수 있었다. 그는 “분야가 워낙 새로웠다.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염색질 위상 도메인(topolgoically associating domain)이라는 이 분야의 중요한 원리를 규명했다. 동료 연구자들이 내가 한 연구의 중요성을 쉽게 인정해 주었다”라고 말했다.
   
 


   질환 관련 3차원 후성유전학 연구 도전
   

  정 교수는 한국에 와서는 두 가지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질환 관련해서 3차원 후성유전학 연구를 하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단일 세포(single cell) 수준에서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2019년 학술지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 보고한 논문은 염색질 3차원 구조 관련이다. 사람 몸의 심장, 대뇌피질 등 조직 17개의 3차원 유전체 지도를 만들었다. 유전체 지도 작성은 질환 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지도를 만들고, 왜 이 지도가 중요한지를 논문에서 보여줬다.

   
   “암도 그렇고,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에는 질환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다수 알려져 있다. 이 돌연변이의 대다수는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를 조절하는 ‘증폭자’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들 복합만성질환이 유전자 자체의 돌연변이보다는 유전자 조절이 망가지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을 갖고 있다. 이는 중요한 과학적인 질문이다. 이걸 보기 위해서는 ‘증폭자’를 찾아내고, 그 증폭자가 어떤 유전자를 조절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래서 질병 관련 유전체 3차원 지도가 필요하다.”
   
   2020년 12월에는 암 유전체의 3차원 게놈지도를 구축,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 Research)’에 보고했다. 18종류 암을 가진 환자 300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것으로, 이 지도는 세계 최대 규모다.
   
   단일 세포 수준의 연구는 질환 기전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도 그가 가야 하는 길이다. 지금까지는 대단히 많은 세포들을 세포군(cell population) 수준에서 보아왔다. 세포군 수준에서 보면 어떤 종류의 세포에서 문제가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보기 힘들다. 그러니 ‘하나의 세포’ 수준에서 봐야 한다. 그는 얼마 전 파킨슨병 환자의 사람 중뇌 흑질에 있는 세포들 유전체의 3차원 구조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단일 세포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보낸 상태다.
   
   정 교수는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전을 1차원에서 4차원으로의 변화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1차원은 DNA 염기서열을 보고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려고 했던 시기의 연구를 가리킨다. 2차원은 ‘히스톤 변형’이 유전자 조절에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낸 후성유전학 초기의 발전을 말한다. 3차원은 유전체 3차원 구조를 보게 되면서 열렸다. 염색질들이 핵 안의 공간에서 어떻게 공간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유전자를 조절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4차원 후성유전학이 시작되었다.
   
   정 교수는 “세포 핵 안에는 DNA와 히스톤만 있는 게 아니다. 스펙클과 같은 다른 인자들이 핵 내에 존재한다. 이들이 염색질과 상호작용한다는 게 알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핵 내의 다른 인자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는 전체 큰 그림을 이해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경배과학재단의 신진과학자 펠로로 2018년에 선정된 바 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5년간 총 25억원이라는 큰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그는 이 연구비로 3차원 후성유전체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정 교수가 이날 들려준 이야기는 아직은 후성학 책에도 나오지 않는 게 많았다. 귀가 번쩍 뜨인 취재였다.

 

대전=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667100020&ctcd=C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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