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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조언

"뇌를 따르지 말고…뇌가 나를 따르도록 해라"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브라이트) 출간

네이처지에 논문 실리며 명성
신약 개발 나선 뇌과학전문가

"다이어트·게임·성욕 등
뇌의 본능신호 따르지 말고
욕망 채널 바꿔 순화시켜야"

  • 이향휘 기자
  • 입력 : 2021.05.03 17:21:43   수정 : 2021.05.03 19:22:48

 

 

"버그가 많은 뇌죠."

뇌과학 전문가에게 자신의 뇌를 평가해달라고 하니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대수 KAIST 생명공학과 교수(52) 얘기다. 그는 어렸을 때 눈을 자주 깜박이기도 하고 털옷에 붙은 보푸라기를 한없이 뜯었던 소년이었다. 숙제를 한 번도 해간 적이 없던 말썽꾸러기에 게임 중독이었다. 강박증이나 주의력 집중 장애가 심한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은 KAIST 정년을 보장받은 테뉴어 교수에 생명공학과 학과장까지 맡고 있다. KAIST 학생들이 꼽은 최고 명강의에도 수년째 꼽혔다.

연구와 강의, 대중적 인기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그가 반평생 뇌를 연구한 지식을 모아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브라이트)을 세상에 내놨다. 최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KAIST 들어와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내 얘기를 들려주면 좋아한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몇 년 전부터 뇌과학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묻자 "뇌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사람들은 원래 자신과 관련된 일에 가장 관심이 많다"며 "요즘에는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AI) 시대가 온다고 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학문 중에서 뇌과학이 가장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뇌와 자신을 분리하자고 주장한다. "뇌와 나를 구별할 수는 없어요. 뇌가 만들어낸 정보가 나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 뇌가 여러 신호를 만들어내고 있구나를 알아차리고 거리를 둘 필요가 있죠. 전지적 작가 시점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뇌가 보내는 본능 신호는 생존, 욕구와 관련이 있다. 부적절한 성욕을 일으키거나 중독에 빠지게도 한다. "뇌는 일단 만족을 시켜줘야 합니다. 보상이 있어야 하죠. 뇌의 신호를 억누르면 언젠가는 사고를 치게 돼 있어요. 가령 선생님을 짝사랑한다거나 유부남이 직장 여직원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길 때, 대상에 대한 욕망의 채널을 돌려줘야 합니다.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돕는 발전적 관계랄지 얼마든지 승화가 가능하죠."

다이어트 역시 그렇다. 굶는 게 보상이 돼야 한다. 정해진 식이요법을 달성하면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지속가능성이 높다. 뇌엔 안타깝게도 이성적이고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신경회로가 없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본능 신호를 극복하면서 진실을 보는 동물이에요.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관찰하는 게 과학이죠. 사실 본능 신호를 따르는 것보다 그것을 승화했을 때 더 많은 이득과 기회를 얻게 되죠."

뇌의 속성을 안다고 해서 중독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의 중독성을 '안전한' 다육식물을 키우는 데 쏟는다. 한두 개였던 것이 지금은 300종이 넘는다. "자녀가 게임 중독에 빠졌을 때 못하게 하면 안 됩니다. 하루에 1시간만 시간을 정해놓아도 역효과를 낳아요. 게임보다 더 좋은 목표가 없어서 그렇죠. 오히려 게임하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스로 의미 있는 목표를 만들면 목표를 위해 돌진하는 것이 뇌의 특징이다. "아이를 키워보니 닦달하는 것보다 기다려주는 게 나아요. 귀한 손님이 호텔에 묵고 계시다고 생각해야지요. 아이의 뇌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 격려해야죠. 게임을 끝내고 거실로 나왔을 때 보상을 해줘야 해요. 안아주고 바깥에 나오니까 좋다는 느낌을 줘야 해요."

생명공학은 그가 진학했을 때만 해도 인기 학과는 아니었다. 포항공대 석·박사를 밟는 중에 논문이 네이처지에 실리고 바이오 붐이 불면서 유학 한 번 다녀오지 않은 토종 출신으로 KAIST 교수가 됐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은 다음에 기다리라고. 인생 성공은 쉬워요. 경쟁하면 실패합니다. 인내가 있어야 하고 재밌어야 합니다."

그는 최근 몸이 뒤틀리는 근긴장이상증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위해 지난달 '뉴로토브'를 창업했다.

"종전에는 뇌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보톡스를 맞았는데 약만 먹으면 치료되는 거죠. 다만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돈이 들어가고 주체도 있어야 하죠. 그래서 교원창업을 했어요. 약물 상용화는 아마 내년쯤 결론이 나올 겁니다."

[이향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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