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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정확한 유방암 진단 AI 개발… “이젠 치료에 도전”


[한국의 AI 추격자들] [3] 서범석·백승욱 루닛 창업자


지난 8월 암(癌) 학술지 자마온콜로지(JAMA Oncology)에 색다른 논문이 실렸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가 8805명의 11만3663개 데이터를 가지고, 의사와 회사 세 곳이 만든 AI(인공지능)의 유방암 진단 정확도(민감도 지표·Sensitivity)를 비교한 논문이다. 인간 의사의 벽은 높았지만 유일하게 인간 능력을 넘어선 AI가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 루닛이 만든 ‘루닛 인사이트 MMG’다. 논문은 루닛의 AI와 의사가 공동으로 할 경우 정확도는 88.6%까지 높아진다고 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서범석(37) 루닛 대표는 “매년 폐암·유방암 환자들 가운데 20~30% 정도는 검진을 받고도 암세포를 발견 못 해 조기 치료를 놓친다”며 “오진이라기보다 검사 자체의 한계 탓”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전문의인 서 대표는 “정말 작거나 희미한 건, 인간 눈엔 안 보인다”며 “암은 1년만 일찍 발견해도 사망률이 급감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선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했다.

루닛은 AI의 암 치료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선 개척자다. 올 6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작년 매출은 2억원뿐이고,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지만 60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백승욱 루닛 이사회 의장은 “인공지능으로 엑스레이 사진을 학습해, 판독 정확도를 10%포인트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루닛 사무실에서 서범석(왼쪽) 대표가 가슴 엑스레이 사진에 청진기를 갖다대고 있다. 오른쪽은 백승욱 이사회 의장이다. /김지호 기자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루닛 사무실에서 서범석(왼쪽) 대표가 가슴 엑스레이 사진에 청진기를 갖다대고 있다. 오른쪽은 백승욱 이사회 의장이다. /김지호 기자

◇순댓국밥집서 뭉친 천재들


서 대표와 백 의장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서 대표는 서울대 의대로 편입했고, 백 의장은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진학해 다른 길을 갔다.

창업에 먼저 뛰어든 건 백 의장이다. 2010년 백 의장은 장민홍(33) 사업기획 총괄, 유동근(34) 알고리즘개발 총괄, 박승균(34) 영상의학 총괄, 팽경현(33) 병리 부문 총괄, 이정인(35) 인허가 총괄 등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공동 창업자 6명은 ‘다양한 기술 확보’를 명분으로 다른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했다.


백 의장은 “2013년 딥러닝이란 기술을 접했을 때 이게 테크 산업을 뒤집겠다고 판단했고 루닛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아이템은 고객에게 맞는 옷을 찾아주는 인공지능이었지만 실패했다. 백 의장은 “우리가 패션을 몰랐던 탓도 있었지만, 패션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 어려운 분야”라며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이란 게 디자이너의 감인데 기계가 이해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이 도전한 분야가 폐암·유방암 검진 분야다.

하지만 의학 지식이 부족했다. 당시 대표였던 백 의장은 군의관으로 근무 중이던 서 대표를 생각해냈다. 서 대표는 “매주 백 의장을 만나, 의학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결국 합류하게 됐다”며 “어느 날 순댓국밥을 먹던 백 의장이 대표를 맡으라 했다”고 말했다.


루닛의 공동 창업자.jpg


◇암세포 정복에 도전


루닛의 폐암·유방암 검진 AI는 국내외 150여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쓰고 있다. 의사의 판독을 돕는 역할이다. 루닛은 2년 전 일본 최대 의료영상업체인 후지필름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올해는 세계 최대 업체인 GE헬스케어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루닛은 검진을 넘어, 암세포를 잡는 데 도전하고 있다. 서 대표는 “면역 항암제라는 엄청난 치료제가 최근 등장했다”며 “인공지능으로 면역 항암제를 돕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다가오면 방패로 막는다. 면역 항암제는 암세포 방패를 없애는 획기적인 치료제인데 1억원이 넘는 고가다. 문제는 면역 항암제는 암세포 주변에 면역세포가 몰려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써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 비싼 치료약을 쓰면서도 효과가 있을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서 대표는 “암세포 조직검사 데이터를 학습해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 수를 직접 세는 방식을 개발했다”며 “화학검사와 함께하면 정확도가 88%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그는 “인허가 받고 2024년쯤이면 실제 환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2020/10/30/RM3HN26OBRHUTFHREK5MDOEAEM/?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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