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생명과학과동창회
  • News & Events
  • News

News

“과학연구에 ‘인 서울’이 무슨 필요… 전세계가 나의 연구실”

기사입력 2016.10.03 오전 3:02
최종수정 2016.10.03 오전 4:12


[동아일보]
[프리미엄 리포트/기초 허약한 한국 과학계]30대 신예 연구자들 ‘당당한 도전’
☞2009~2014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명
☞2009~2014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명-논문 수 기준
☞2009~2014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명-논문 피인용수 기준


원본보기

 흔히 ‘연구자’라 하면 소극적인 성격에 두툼한 검은색 뿔테 안경, 책상에 앉아 몇 시간씩 골몰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의학과 약학, 화학, 재료공학 분야 논문 피인용에서 국내 최상위권에 오른 30대 신진 연구자들은 선배들과는 달랐다. 기존 위계질서에 위축되지 않고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뚝심 있게 추진하는 당돌함. 미래 한국의 과학계를 이끌 30대 신진 연구자들이 동아일보에 소개한 자신들의 연구 방법이다. 지방대에서 꾸준히 연구해 분야별 글로벌 논문 피인용 랭킹에서 국내 1등을 차지한 연구자도 눈에 띄었다.

○ 신진 연구자들의 ‘당돌한 연구 문화’

원본보기



 이재현 하버드대 연구원(37)은 20대 시절부터 모르는 게 생기면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꼬치꼬치 묻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을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다. 스승과 제자 간, 선후배 간 서열을 중시하는 전통과는 많이 달랐지만 이 연구원은 이런 자세 덕분에 연구 업적을 낼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는 “학부 시절에도 논문을 읽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무작정 선배를 찾아가 묻곤 했다”며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동료로서 선배와의 교류 또한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나노화학 분야 중 하나인 고체무기화학에 관해 쓴 논문 5건이 글로벌 연구 논문에 2053차례 인용돼 약학 분야에서 30대 신진 연구자 중 국내 1위에 올랐다.

 과거의 도제식, 상명하복(上命下服)식 관계에서 벗어나 후배가 먼저 선배들에게 다가가는 도전적인 자세는 신진 연구자들의 새로운 경향이다. 수직적인 문화가 불편한 신진 연구자들이 이를 깨부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30대 국내 연구자 가운데 화학 분야 1위를 차지한 김기강 동국대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 교수(38)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해당 분야에서 권위를 쌓은 선배 연구자가 신진 연구자를 이끄는 문화가 있어 한 분야를 두고 수십 년의 연구가 이어질 수 있었다”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신진 연구자는 알아서 커야 한다’는 국내 학계의 인식은 우리 연구자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최소한의 연구비 지원을 바탕으로 선배의 기반을 후배가 물려받아 더 크게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화학 분야 1위, 재료 분야 2위인 박성진 인하대 화학과 교수(40)는 “요즘 30대 연구자들은 도전적이고 연구 트렌드에 민감하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연구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좋은 성과를 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 언어 장벽 없어 세계가 무대

 30대 신진 연구자들은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구원 생활까지 마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언어 장벽이 없으니 더 넓은 세계에서 풍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영 서울대 의학과 교수(38·여)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보스턴어린이병원에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수학한 뒤 이듬해 서울대에 임용됐다.

 정보기술(IT) 기기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30대 신진 연구자들은 기성 연구자들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김혜영 교수는 폐, 천식과 관련한 면역학을 연구하던 중 2010년 발견된 ‘선천성 림프구 세포’에 관한 논문을 인터넷에서 읽고 자신의 연구와 융합을 모색해 선천적 면역세포들을 통한 질병 제어 전략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으로 문헌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연구 방법들이 공유돼 연구에 쉽게 접목할 수 있었다”며 “선배 연구자들이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을 뒤지던 시절보다 정보 습득이 원활해지니 연구 주제도 효율적으로 고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현 연구원도 “인터넷으로 세계의 모든 연구자들이 내 동료가 될 수 있다”며 “태블릿PC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고 이 덕분에 국내 연구자들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실적도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즉시 실험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 지방대 연구자도 약진

 화학, 재료 분야에서는 지방대 교수들이 국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현상에 일침을 놓았다. 화학 분야 1위인 박성진 교수는 “연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in) 서울’은 중요하지 않다. 연구 역량은 대학, 연구소 같은 각 기관의 특성과 개인 연구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재료 분야 1위인 이광희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56)는 올해 6월 고효율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방대라고 학생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대학의 간판이 아니라 연구 환경”이라며 “연구 시설만 좋다면 학교 간판이 아니라 자신을 육성해줄 수 있는 역량 있는 교수를 따라가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전주영 기자

▶ 동아일보 단독 / 동아일보 공식 페이스북
▶ 골라보는 움짤뉴스 '말랑' 다운받고 이모티콘 받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링크: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2&oid=020&aid=000300828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9 허원도 교수, 광유전학 신경세포 수용체 활성조절로 신경세포분화 운명 제어 성공(Cell Chemical Biology 표지논문 발표) file 생명과학과 2019.12.24 4587
288 KAIST 김승중 교수 (생명과학과 겸임교수) 대한민국바이오의약품대상 수상 file 생명과학과 2019.11.04 5430
287 서성배 교수, 당뇨에 큰 영향 미치는 뇌 혈당조절 신경세포 발견 file 생명과학과 2019.10.30 4741
286 허원도 교수, Nature Methods지 11월호 This Month로 소개됨 file 생명과학과 2019.10.28 7676
285 허원도 교수, 항체를 빛으로 활성화 시키는 항체광유전학 기술 개발 file 생명과학과 2019.10.28 5263
284 정인경 교수, 인체 조직읜 3차원 게놈지도 해독 file 생명과학과 2019.09.25 4565
283 윤기준 교수, '2019 서경배과학재단 신진 과학자' 선정 file 생명과학과 2019.09.23 5908
282 이승재 교수, 올리브유의 노화 방지 및 장수 효과 입증 file 생명과학과 2019.08.22 5615
281 김상규 KAIST 교수, 제12회 여천생태학상 받아 file 생명과학과 2019.08.12 6268
280 김진우 교수, 발달과정 세포 간 정보전달 원리 규명 file 생명과학과 2019.07.23 6200
279 정현정 교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펠로우십 수상 file 생명과학과 2019.07.04 5591
278 이승재 교수, 한성과학상 수상 file 생명과학과 2019.07.01 6235
277 서성배 교수, 스트레스 세포(CRF 세포) 변화 초 단위 관찰 성공 file 생명과학과 2019.04.18 7278
276 [HOT100 2019-2020]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질병극복 선도 최고의 과학인재 양성 생명과학과 2019.04.01 6981
275 메디톡스, '4기 펠로우십 장학금' 생명과학대학 대학원생 5명에게 전달 file 생명과학과 2019.03.29 6540
274 靑 과기보좌관에 '여성과학인' 이공주 교수 임명 file 생명과학과 2019.02.22 5344
273 전상용 교수,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펩타이드-항체 복합체(하이브리드) 기술 개발 file 생명과학과 2019.02.21 6075
272 김세윤 교수, '공포기억 소거'조절 효소 발견 file 생명과학과 2019.02.08 7382
271 생명과학과 이문수 박사(이노테라피 CEO) 지혈제로 240억 '주식 갑부' file 생명과학과 2019.02.07 6651
270 김학성 교수, 세포 내 단백질 전달 효율 높이는 DNA 기반 나노구조체 개발 file 생명과학과 2019.01.21 5792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2 Next
/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