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처음에 생명과학으로 진로를 정한 건 단순히 성적이 높아서였습니다. 하지만
계속 공부를 하다 보니 생물의 정교함에 매번 놀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생물의 의식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무생물과 생물은 둘 다 동일한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생물은 무생물과는 다르게 의식을 형성합니다. 과연 이 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며 그 근본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생명과학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 기억에 남는 생명현상을 한가지만 소개해주세요
개별연구를 하면서 교수님과 상담을 할 때 rule switching이란
것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rule switching은 쥐를
특정 자극(빛, 소리 등)이
주어지면 정해진 행동을 수행하도록 학습시킨 후 다른 자극으로 바꿔서 다시 이 자극이 주어졌을 때 행동 하도록 학습 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이전에 비해 확연히 학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감소하는 것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분명 다른 자극에 대해 반응하도록 했기 때문에 학습까지 걸리는 데에는 이전과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는데
더 짧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놀라워 기억에 남았습니다.
3. 언급한 생명현상에 대해 가지고 계신 가설을 말해 주세요.
아직 이 현상에 대해 잘 몰라서 제대로 된 가설은 세울 수 없지만 일단 생각하기로는 자극 정보가 인지되는 뇌
영역과 전달된 자극 정보를 받아 쥐가 정해진 행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뇌 영역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rule switching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따로 존재해 위의 두 영역 간의 신경세포의 시냅스 형성에 관여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됩니다.
4. 가지고 계신 가설을 어떤 실험적인 방법들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rule switching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뇌 영역을 비활성화
하였을 때 기존의 자극에 대해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정상적으로
반응한다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달리 rule switching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므로 가설을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rule switching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존재한다면 이
영역의 여러 신경세포의 뻗은 경로를 각각 비활성화하여 그 결과를 확인해보면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가설이 맞으면 자극 인지를 담당하는 뇌 영역과 자극에 대한 반응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연결 하는 영역으로
뻗은 신경세포들을 억제했을 때 가장 rule switching이 덜 일어나 새로운 학습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입니다.
5. 개별/졸업연구에서 진행한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또는 배웠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흥미 있는 내용을 말해 주세요.
개별연구는 이번 여름학기에 이승희 교수님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제가
개별연구 동안 주로 진행한 것은 머리를 고정시킨 쥐에서의 operant learning입니다. Operant learning이란 쥐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이나 처벌을 가해 특정행동을 막거나 유도하는
학습입니다. 제가 한 operant learning은 쥐가
시각 자극이 있을 때만 물이 나오는 관을 핥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쥐의 머리를 고정시킨 이유는
쥐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또한 쥐의 시선방향을 고정시켜 시각자극이 일정하게 가해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학습이 된 쥐는 unit recording(전자 탐침을 특정
뇌 영역에 꽂아 그 부위의 신경세포의 전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나
calcium imaging(뇌의 칼슘 이온의 농도변화를 통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어떤 신경세포가 이 시각 자극에 대한 반응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는데 사용됩니다. 아니면
쥐의 특정 뇌 구역이나 신경세포 종류를 활성화 또는 억제시키는 등의 처리를 하여 그 처리가 쥐가 학습된 행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특정 뇌 영역, 신경세포 종류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또는 어떤 방식으로 신경회로가 구성되어 정보가 전달되고 가공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6. 학과/실험실 생활 또는 연구/공부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이번에 개별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처음으로 쥐를 관류한 것입니다. 먼저 대학원생 분께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볼 때는 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많이 어려웠습니다. 대학원생 분께서 하실 때에는 한 마리에 5분도 안 걸리는데 제가 하니까 20분이 부족하더군요. 처음에 쥐를 마취시키기 위해 쥐를 잡는 거부터 힘들었습니다. 쥐가
계속 도망치고, 손을 물어뜯으려 하고, 쥐 장에 넣은 손을
타고 밖으로 뛰쳐나오려고도 했습니다. 간신히 잡아 마취를 하고 나서도 그 작은 쥐의 혈관을 찾아 관류하고
세포 고정된 뇌를 꺼내는 것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간신히 관류를 해보니 확실히
논문에서 결과만 보는 것과 실제로 그 과정을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