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 연극은 ‘라이어’였다. 배우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는 소극장도, 큰 규모의 무대도 아닌 어정쩡한 크기의 시민회관에서 체험학습으로 본 연극이 그렇게도 좋았다. 배우들이 상황과 대사에 맞춰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서로의
대사에 반응하는 모습이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이후 혼자 서울까지 올라가 소극장을 찾기도 하였고 대학교에서는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두 개의 작품에 배우로서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서는 움직이고 말하고 표정을 짓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고 어색한 일이 된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팔과
다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의식하면 할수록 연기는 꼬이고 캐릭터는 망가진다. 완전히 캐릭터에 몰입하여
‘메소드 연기’를 하거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준비하여 끊임없이
연습해야 비로소 무대에서 어색하지 않게 보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날마다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고, 말하고 생각한다. 연극 대본에는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적혀 있다. 누가 어느 순간에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상황이
일어날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해결될지가 미리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실제 사람들의 삶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모두에게 처음 주어지는 상황에서 각자 생각을 떠오르고 말하며 행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은 튜링 테스트와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능력은 사람다운 정도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이는 우리가 그것을 사람의 특징이라 규정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사고하고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사람다운 것이라면, 어떻게 우리는 사람이 될까? 어떻게 우리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