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 저는 가족을 따라서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3-4살
때 제가 살았던 스위스 주택 바로 앞에는 작은 계곡이 있었고, 그 계곡 주변에서 자주 뛰어 놀곤 했습니다. 곤충과 벌레. 남들이 보면 딱히 좋아하지 않을 생물들이 저한테는
너무 흥미로웠고, 신비로웠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크면
곤충학자, 동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중, 동식물을
넘어서 우리의 환경, 종 다양성 등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주제를 좀 더 넓은 시야로 공부할 수 있는 주제인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생명현상을 한가지만 소개해주세요
2학년 1학기 때 김대수
교수님의 동물행동학을 수강하면서 저는 한 생물의 특정 행동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거미들은
알에서 태어나자마자 특정한 패턴의 거미줄을 얽기 시작합니다. 나비의 애벌레는 특정한 시기가 되면 고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어떠한 교육의 필요성도 없이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동물들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언급한 생명현상에 대해 가지고 계신 가설을 말해 주세요
몇 천 년에 걸쳐서 똑같은 ‘본능’을
동물들이 보인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유전자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논문들을 읽어보면
후성유전학이 관여하여 특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개체들의 경험을 통하여
DNA methylation 과 chromatin structure 에
변화가 일어나면, 그 “경험”이 유전적인 코드로 남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Behavioral
genetics 란 학문이 따로 있는 만큼 동물들의 본능적인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자들이 있을 것 입니다.
가지고 계신 가설을 어떤 실험적인 방법들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Helfman 교수님의 ‘Landmark
Discoveries in Cell Biology’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어떠한 유전자가
특정 phenotype 에 관여한다는 것은 genotyping,
phenotypic screening 그리고 Quantitative trait locus (QTL)
mapping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 처럼 제 가설을 증명할 방법은
이미 자세히 밝혀져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술적 한계 (e.g. low
mapping resolution) 때문에 실제로 증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개별/졸업연구에서 진행한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또는 배웠던 내용중 가장 기억에 남는 흥미있는 내용을 말해 주세요.
저번 학기부터 개구리밥이란 수중 식물에 대하여 개별연구, 그리고 URP를 해왔습니다. 저희 팀은 개구리밥의 생태에 관한 기초연구를 했고, 특히 개구리밥의 동면 상태인 “튜리온”이 어떻게 물에서 가라앉고 떠오르는지에 관하여 실험하였습니다. 저희는
특정 온도/영양 조건에서 튜리온이 상대적으로 빨리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또 떠오를 때 공기방울을 달아 올라온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저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저희가 발견한 공기방울을 달고 올라가는 개구리밥의 현상이 다른 수중 식물들에게서도 많이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식물들이 빨리 떠올라서 수면 위 넓은 면적을 차지할수록 더 많은 빛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과/실험실 생활 또는 연구/공부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개구리밥을 연구하던 중 키우던 개구리밥들이 다 오염 되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썩은
물에서도 자랄 수 있다고 알려진 개구리밥들이, 오히려 깨끗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환경에서 다 죽어버린
것 입니다. 더 나아가, 실험을 반복할수록 일관된 데이터를
얻기는 커녕 뒤죽박죽, 의미 없는 결과들이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한테 개구리밥은 너무 야속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며 (ㅂㄷㅂㄷ),
1년의 연구기간 동안 개구리밥은 저한테 그다지 매력적인 모델 식물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개구리밥
연구를 통하여 저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