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 대응 중화항체 개발"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새로운 중증 호흡기증후군 유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 치료항체 후보가 될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오병하(61.사진)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는 중화항체를 개발했다. 앞으로 새로운 중증호흡기증후군 유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 치료항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화항체란 병원체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화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치료용 항체를 말한다.
오 교수는 "이번 논문 발표 후 오미크론이 새롭게 출현했으며, 연구진은 개발한 중화항체가 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발한 항체는 아미노산 서열이 거의 바뀌지 않는 표면에 결합하기 때문에 향후 출현할 수 있는 신·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치료 물질이 될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진 SARS-CoV-2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당단백질 부위에 있는 수용체 결합 부위(이하 항원)를 인간 세포막에 붙어있는 hACE2(human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2) 수용체에 결합시켜 세포 내로 침입하는 기전을 보인다. 이러한 기전에 착안해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의 연구진은 수용체 결합 부위에 붙는 중화항체 에테세비맙(Etesevimab), 밤라니비맙(Bamlanivimab)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항체들은 최초에 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인 것과 다르게 알파, 베타, 델타 등과 같은 변이에는 중화능이 없거나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기존 항체들의 중화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항체 인식부위 서열에 변이가 생겨 항체가 더 이상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계산적 단백질 디자인 방법으로 바이러스 항원에서 변이가 생기지 않는 부분에 강력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개발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개발한 항체는 오미크론을 포함해 알려진 SARS-CoV-2의 모든 변이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SARS-CoV-1,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강력한 결합력을 보이며 우수한 중화 능력 지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항체는 미래에 출현할지 모르는 새로운 중증호흡기증후군 유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코로나 치료항체 후보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계산적 항체 디자인 기술은 항원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를 발굴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그 응용성이 넓고 기술적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오 교수.
그는 왕성한 연구논문 발표와 저서 출판 등으로 국내보다 해외 학계에서 더 유명하다. 2016년에는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세포가 분열할 때 DNA가 정확하게 둘로 나뉘며 복제되는 원리를 알아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등에 발표됐다.
아산의학상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2007년 제정됐다.
30년 가까이 생명현상을 연구한 오 교수는 과학 연구의 원동력으로 ‘경쟁’을 꼽았다. 오 교수는 “세계 이곳저곳에서 여러 과학자가 같은 질문에 동시에 매달리지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을 받는다”며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가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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