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논문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DNA 와 함께 크로마틴을 구성하고 있는 히스톤은 다양한 종류의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에 의해 조절됩니다. 히스톤 H3 의 4 번째 lysine 잔기 (H3K4) methylation 은 대표적인 히스톤 modification 의 한 종류로 활발히 전사가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의 전사 시작 지점 (TSS, transcription start site) 근처에서 관찰되며 효모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진핵세포들에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H3K4 methylation 은 PHD 와 chromo 도메인 등을 통해 이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reader’ 단백질들을 크로마틴 상에 위치시켜 전사과정을 조절하며, 문제가 일어날 경우 mixed-lineage leukemia 를 포함한 여러 암과 다양한 다른 질병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효모에서 H3K4 methylation 을 담당하는 Set1 complex 가 세포 내에서 RNA 와 직접 결합하는 것을 RNA EMSA (Electrophoretic Mobility Shift Assay) 와 CRAC (Crosslinking and analysis of cDNA) 방식을 통해 밝혔습니다. Set1 complex 와 결합하는 RNA 들을 분석하여 전사 과정과 강한 상관 관계를 같는 co-transcriptional RNA 결합과 전사 과정 이후에 상호작용이 예상되는 post-transcriptional RNA 결합이 존재하는 것을 보였습니다. ChIP-seq (Chromatin immunoprecipitation & sequencing) 실험을 통해 새롭게 얻은 크로마틴 상의 고해상도 Set1 지도와 CRAC 실험을 비교하여 RNA 와의 결합이 Set1 complex 의 크로마틴 상의 분포에 영향을 미쳐 H3K4 methylation 양을 조절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Post-transcriptional RNA 결합을 보이는 유전자들과 Set1 유전자의 기능적 연관성을 토대로 Set1 complex 가 세포의 adaptive response 를 조절한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에는 RNA polymerase ll 와 Paf1 elongation complex 가 Set1 complex 와 co-immunoprecipitation 되는 점을 근거로 H3K4 methylation 이 전사에 중요한 인자들을 통해 유전자의 TSS 에 위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Set1 complex 와 직접 결합하는 크로마틴 상의 구성물에 대해서는 연구가 잘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이 논문과 함께 최근 발표된 두 논문들 (Sayou et al., 2017; Battglia et al., 2017) 은 Set1 complex 와 RNA 결합이 Set1 complex 의 크로마틴 상의 위치와 양을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 새로운 H3K4 methylation 조절 기작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히스톤 modification enzyme 들과 RNA 와의 상호작용 연구에 있어 좋은 예가 될 것 입니다.
2. 연구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이 연구에는 저희 연구실과 프랑스의 두 그룹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시험관 내에서 단백질의 기능을 분석하는 일을 잘합니다. 때문에 순수정제한 Set1 complex 를 가지고 이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찾고자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RNA 와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공동연구를 함께한 프랑스 실험실들에서도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Set1 complex 와 RNA 의 결합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 실험실들의 장점을 살려 진행된 공동연구를 통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결과들의 양과 질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3. 연구를 통해 얻은 지혜를 후배들에게 들려주세요.
많은 생물학 분야에서 연구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이번 연구와 관련한 논문이 잇달아 발표되는 것을 보고 연구자들이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공동연구를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줘서 열심히 실험한 데이터가 발표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연구를 하는데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관계를 맺게된 연구자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자 노력한다면 언젠가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 나는 왜 생명과학자가 되었는가?
생물은 여러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양성’과 ‘항상성’ 등이 환경에 맞게 조절되는 것은 생물에 대한 연구를 더 재미있게 만듭니다. 제가 주로 연구하고 있는 히스톤 modification 은 잘 변하지 않은 유전자의 정보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또는 세포의 종류에 맞게 조절되는 기작들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논문을 읽고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해보는 과정들을 통해 직접 생물의 재미있는 특성을 알 수 있어 생명과학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5.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
학위 과정에 필요한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게 많은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대학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홍수경 박사님과 정영선 박사님께 고맙습니다. 힘든 학위 과정을 같이 보내고 있는 동기 권민중 형과 후배들이 있어 든든한 마음입니다. 늘 저를 지지해주시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