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껍질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메트포르민은 수 백년간 당뇨병 치료제로 쓰여온 프랑스 라일락의 약효 물질을 바탕으로 합성한 혈당 강하제다. 이 두 물질의 공통점은 ‘AMPK’라는 인체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이 AMPK유전자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당뇨병·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 치료 외에 암세포를 치료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KAIST 정종경(鄭鍾卿·사진) 교수 연구팀은 7일 “㈜제넥셀·충남대 의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실시한 동물실험에서 AMPK 유전자가 세포 구조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약물 투입 등을 통해 기능이 활성화되면 암세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네이처(Nature)’지(誌)는 이번 연구 성과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식 출판 전인 8일 인터넷 속보판으로 논문을 공개했다. AMPK는 세포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영양분 대사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그동안 당뇨병·비만 등 여러 대사 질환을 치료할 표적 유전자로 주목을 받아 왔다. 정 교수팀은 AMPK가 완전히 상실된 초파리를 처음으로 만들어 이 유전자가 정상적인 세포구조 유지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정 교수는 “인간의 대장암 세포에서 AMPK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시키자 비정상적이었던 암세포 구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AMPK의 활성 조절을 통해 일부 암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AMPK를 표적 유전자로 삼아 개발 중인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제를 항암제로 재평가할 필요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은 특허 출원됐다.
이영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