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노테라피의 이문수(45) 대표는 국내 증시에서 보기 드문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회사 상장과 함께 이 대표는 240억원대의 주식 갑부가 됐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이 회사는 상장 첫날 1만9350원에 마감하며 공모가(1만8000원)보다 7.5% 뛰어올랐다.
이 대표가 보유한 회사 주식은 총 123만5939주(지분율 25.07%)에 이른다.
이 대표는 회사의 성장 과정을 "피보팅(pivoting)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피보팅은 '회전하기'란 뜻의 영어 단어다.
이 대표는 기존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경영 전략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핵심 기술 한 개에 집중"
이 대표는 KAIST에서 생물과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이다. 경남과학고, KAIST 생물과학과를 졸업한 뒤 석사 학위도 KAIST에서 받았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 CJ 제약사업본부 등을 거쳐 2010년 4월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 초기 이 대표는 접착제 분야의 독창적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접착제 시장에 주력하기로 하고 산업용과 미용 등 각종 분야의 사람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다녔다.
하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조금씩 달랐다.
수많은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접착제 시장에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었다.
대신 지혈제의 연구·개발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이노테라피는 대표 제품인 지혈제 이노씰의 임상 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노씰 플러스, 엔도씰 등 후속 제품도 임상 시험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이 대표는 "핵심 기술 한 개로 여러 차례 '피보팅'을 거쳐 현재와 같은 제품군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
이 대표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CEO가 회사 경영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녀 양육에도 충실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여성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실력은 충분한데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한 여성 후배들이 입을 앙다무는 걸 볼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너는 이미 잘하고 있어.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지마'라는 얘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힘을 내게 하려면 내가 열심히 해서 '저런 선배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노테라피는 2017년에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해 두 번째로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회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1년 만에 확연히 달라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급이 다른 창의적인 것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혈제 등 핵심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해 10조원짜리 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지혈제로 240억 '주식 갑부'된 KAIST 출신 CEO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