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 논문 내용과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기억이 어떻게 형성 되어서, 어떻게 평생에 거쳐 저장되고 유지될 수 있을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처음 획득한 기억이 안정화 되기 위해서는 기억에 중요한 여러 유전자의 발현이 필수적입니다.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 중 후성유전학적 조절은 유전자 발현 패턴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킵니다. 따라서 최근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영구적인 기억 저장 메커니즘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휴성유전학적 조절 방법 중 ATP 의존성 뉴클레오솜 재형성 (ATP-dependent nucleosome remodeling)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ATP 의존성 뉴클레오솜 재형성 복합체인 Brg/Brm-associated factor (BAF) 복합체의 신경세포 특이적 소단위체(subunit)인 BAF53b에 주목하였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BAF53b는 해마(hippocampus) 및 nucleus accumbens가 관여하는 기억 형성에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BAF53b가 공포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amygdala)에서 어떻게 기억을 조절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이번 연구에서는 청각공포조건화(auditory fear conditioning) 방법을 사용하여 생쥐를 학습시키고, 이 때 측면편도체(lateral amygdala)에 BAF53b의 발현이 조절되는지를 확인하였고, BAF53b 발현을 감소 시키거나 증가시키는 바이러스를 측면편도체에 감염시켜 BAF53b가 공포기억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청각공포조건화 학습 후 측면편도체에 BAF53b의 발현이 증가하며, BAF53b가 spine 구조를 조절함으로써 기억의 영구적인 저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2. 연구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이 논문 연구는 공동1저자이신 최광연박사님이 시작하고 제가 마무리 한 연구입니다. 처음 제가 이 연구에 투입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이미 생산 된 실험 결과가 제 손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지를 테스트 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제 실력이 미진하여 결과를 재현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실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굉장히 긴장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다행히) 결과는 잘 재현되었고, 덕분에 논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를 통해 얻은 지혜를 후배들에게 들려주세요.
대학원 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생활 중에는 수많은 힘든 일을 겪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노력에 결과가 따라오지 않고, 아무런 정신적/물질적/육체적 보상도 없고, 내가 목표지점까지 얼마나 나아갔는지, 방향은 제대로 잡은 건지 알 수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만 해야하는 생활을 지속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치게 만드는 일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를 언제나 기억하고, 소소하게나마 지친 마음을 달랠 방법들을 찾아 적절히 이용한다면 한걸음 더 내디딜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나는 왜 생명과학자가 되었는가?
생명과학자가 되기로 한 이유는 ‘재미있어서’입니다. 영재고 입학시험 때 개미의 생태에 대한 두꺼운 책자를 주며 생명과학자로서의 자질을 평가받은 9시간에 걸친 시험을 봤을 때부터 생명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 후부터 대학원생이 된 지금까지도 늘 제가 생명과학자가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습니다. 이유는 ‘재미있어서’ 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5. 다른 하고 싶은 이야기
저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모든 분들이 언젠가 행복한 과학자가 되어있기를 소망합니다.